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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10 공허한 마음 달랠 곳.. 산책길..

 

거리는 걷기 좋은 바람, 하늘엔 흘려놓은 듯한 구름, 바스락바스락 선선한 소리를 내는
나무와 큰 그늘, 그리고 은은한 커피 향. 도시의 가을엔 이야기는 속으로 묻고
추억은 꺼내어 천천히 음미하는 산책이 어울린다.
가을 준비를 시작하고픈 산책길과 그 길에 숨은 보물.
photography by Moon Duk-G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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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에서의 산책이라고 하면 스니커즈 차림에 모자를 쓴 아주머니가 먼저 떠오를지 모르지만 뚝방길이 아닌 그 아래 도로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양재천 주변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곳은 이제 자연이 되어버렸구나’ 하는 것. 영동3교 앞의 카페 거리도 좋지만 오솔길 같은 산책로와 2km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특히 좋다. 미술 시간에 대각선 구도를 배울 때 예로 등장하곤 하던 그 가로수길이 타워팰리스와 양재천 사이에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나무 숲 아래에는 벤치와 앤티크 소품 가게들이 나란히 이어진다. 이국적인 나무와 소품 가게, 와인 바. 길을 따라 들어가니 마침 대치초등학교 운동회날이었다. 그 옛날 광선검을 팔던 장난감 아저씨는 주몽검을 팔고 있고, 잠깐 들여다본 운동장엔 줄다리기며 계주며 익숙한 초가을 운동회 풍경 그대로. 길 옆의 나무 사이로는 작은 새집도 보이고 잠자리와 나비도 날아다닌다. 굳이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 길은 가을에 어울리는 깊은 음조를 낸다.

U hide & seek 간선도로 옆, 뚝방길 계단 오르기 전의 메타세쿼이아 나무 그늘
ideal course 대치초등학교 앞 가로수길 - 개포 우성아파트 - 대청중 - 영동3교
thru 지하철 3호선 도곡역 하차 후 자동차로 5분 거리
with these 낙엽 감촉을 충분히 느낄 만한 모카신, 잠깐 바닥에 펼칠 수 있는 무릎 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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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가장 서울스러운 한 곳을 골라야 한다면 단연코 남산을 말하고 싶다. 고급 주택과 슬레이트 지붕을 고수하고 있는 불량 주택이 공존하는 동네, 후암동. 물론 독일문화원 도서관의 아카데믹한 분위기도, 트렌디한 레스토랑 ‘화수목’도 모두 좋았다. 하지만 남산에서 가장 큰 감을 선사한 곳은 따로 있었다. 바로 소월길 아래, 전신주의 가로등과 전선줄조차 힘겹게 고개를 떨구듯 축 늘어져 있는 후암동 산동네. 이런 전통적인 ‘산동네’ 주택을 구경한 지가 얼마만일까? 현관문이, 화장실문이 길가에 바로 나 있는 집, 영화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15년간 감금되어 있던 그 방 같은 분위기의 집. 결례이긴 하지만 그들에겐 일상의 공간이 산책자의 입장에서는 보기 드문 운치로 다가왔다. 가난과 낭만은 가깝다. 집집마다 벽돌색 ‘다라이’ 같은 화분에 국화를 한가득 키우고, 남루한 추리닝을 입은 아저씨는 일생 미용한 흔적이라곤 전혀 없는 시추를 데리고 골목 산책을 나온다. 삶의 여유, 여운, 휴식은 산동네 국화 화분에도 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골목길 사이로 그 어느 스카이라운지에서도 보지 못한 멋진 뷰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게 가장 가난한 동네에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 있었다.

U hide & seek 후암약수터 버스정류장 밑 산동네
ideal course 경리단길 - 남산 하얏트 - 소월길 - 후암동 산동네 - 남산타워
thru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0분 거리, 402 0014 4012번 버스
with these 카페 화수목에서의 과일 스무디 한 잔, 색감이 깊은 DSLR 카메라, 편견을 버린 오픈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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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자연 그대로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 면에서 월드컵공원이 그다지 매력 없을 수도 있다. 잘 깔아놓은 인공적인 시멘트, 나무, 철근 소재 계단이 운동 코스로는 모를까 산책 코스로는 뭔가 아쉽다. 하지만 가을날의 하늘공원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억새 축제 기간(10월 13일~22일)에는 밤 10시까지 억새와 서울의 야경을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키보다 훌쩍 큰 억새를 헤쳐보기도 하고, 도랑이 흐르는 흙길을 걸으며 시골에서나 눈에 띄는 흙메뚜기 구경도 하고, 정자 밑에서 김밥도 까먹어본다. 가을 여행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시야 가득 들어오는 하늘, 거의 나무에 맞먹는 두꺼운 줄기를 자랑하는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스피커에서 아련하게 퍼지는 앙드레 가뇽의 ‘조용한 날들’. 어릴 적 버스가 탈탈거리며 다니던 시골 외가 동네에서 느꼈던 그 느낌을 하늘정원은 조용히 선사한다.

U hide & seek 키를 넘는 넓은 억새밭
ideal course 월드컵공원 평화의 공원 - 육교 - 하늘공원
thru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7분 거리, 171 272 7711 7713 7714 7715번 버스
with these 김밥이나 샌드위치, 생수, 땀 닦을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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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의 정의 같은 어느 맑은 토요일 오전 10시. 고즈넉하면서도 옛 서울의 고졸한 맛이 살아 있는 부암동. 부암동은 언제 와도 오후 3시 같은 한가로운 여유가 길에서 풍긴다. 환기미술관 앞의 방앗간에서 오른편 길로 접어들자, 그 어느 산책로보다 상쾌하고 청명한 바람이 얼굴에 와 닿는다. 조금 더 가면 길을 따라 지어진 건물들이 모두 예술이다. 건축 잡지에서나 볼 법한 재미난 집들이 죽 이어지는데, 나지막한 집들이 옹기종기 줄을 선 모습이 흡사 지중해 마을 같기도. 걷다 보면 응선사와 정혜사로 길이 갈린다. 응선사 쪽으로 더 들어가면 구멍가게가 나오고 그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도룡농 서식지 보호’ 표지판이 서 있는 백석동천이 나온다. ‘이곳이 정말 서울일까?’ 백사실은 비밀스럽다. 길가의 감나무에 감이 달리고 도라지꽃이 피어 있는 부암동의 향기는 비밀스럽다. 그래서 더 숨겨놓고 싶은 나만의 비밀 정원이다.

U hide & seek 수초 가득, 밤송이 동동 떠 있는 백사실
ideal course 부암동사무소 정류장 - 환기미술관 - 북악산 산책로 - 능금나무길 - 백석동천
thru 0212 1020 7018 7022번 버스
with these 색감이 예쁘게 나오는 디카, 생수 한 병

Somewhere l 2007. 10. 1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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